디지털 전환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 모든 분야에서 효율성과 속도, 비용 최소화가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효율의 시대' 한가운데서 일부 창의적 개인과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오히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 이는 단순히 반골 기질이나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도된 비효율성은 차별화된 경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도구로 작동한다. 빠르게 찍어낸 콘텐츠가 대세일수록, 느리게 만든 한 편의 콘텐츠는 예술로 승화된다. 자동화된 대량상품이 일상이 될수록, 손맛 있는 수공예 제품은 프리미엄이 된다. 그 속에는 '시간과 노력을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선택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의도적 비효율성이 어떻게 창의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이끌어내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어떤 수익 모델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비효율성은 감성의 밀도를 만든다
효율성은 반복의 최소화, 시간의 단축, 리소스의 절약을 목표로 하지만, 그로 인해 희생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 고유의 감성과 밀도다. 정제된 말보다 망설임과 여백이 남아 있는 글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듯, 비효율적이지만 개입이 많은 작업은 소비자에게 감정적 깊이를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로 자동 편집된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1주일에 한 번씩 직접 촬영, 편집, 자막까지 넣는 브이로그 채널이 더 높은 팬 충성도를 얻는다. 이는 속도보다 정서적 연결을 택한 사례다. 또한, 대량생산의 편리함보다 주문제작 혹은 수작업이 가진 '기다림의 가치'는 오히려 제품의 희소성과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의도적 비효율성은 감성, 스토리, 관계라는 비정량적 자산을 축적하게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 작용한다.
창의성은 제약 속에서 발휘된다
효율적인 시스템은 과정을 평준화하고 오류를 줄이지만, 동시에 '다르게 해 볼 기회'를 박탈한다. 반대로 비효율적인 환경, 즉 매뉴얼이 없고 반복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은 창의성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시간표가 없는 창작자나, 날마다 주제가 바뀌는 콘텐츠 제작자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독창성을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콘텐츠 하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비효율적인 접근도, 결과적으로 강력한 개인 브랜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스타툰 작가들이 하루 한 컷씩 올리는 작업은 즉각적인 반응을 얻기 힘들지만, 몇 달 뒤에는 하나의 독립출판물이나 굿즈로 발전해 고수익 구조를 만든다. 이때 핵심은 완벽하게 짜인 구조보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수정하는 느린 루틴이 창의성의 뿌리가 된다는 점이다. 비효율을 감수하며 실험을 지속하는 사람만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틈을 찾아낸다.
수익 모델은 공정의 속도가 아니라 서사의 길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수익 모델들은 대부분 '속도'를 기반으로 한다. 예: 시간당 상담료, 건당 수수료, 콘텐츠 단가 등. 하지만 비효율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 모델은 ‘속도’가 아니라 ‘서사’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명의 고객만 받는 스튜디오 사진작가, 직접 배송을 고집하는 로컬 농산물 셀러, 매일 새 에세이를 발행하는 블로그형 뉴스레터는 모두 수익만 놓고 보면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빠르게 돈 버는 구조’ 대신 ‘깊이 쌓이는 팬덤과 반복 구매’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메이커스 플랫폼이나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선 이런 감성 기반 수익모델이 더 큰 호응을 얻는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개인의 노력, 수작업의 정성, 유니크한 창작 루틴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가치’로 변환되며, 이는 곧 가격 결정권을 창출한다. 고정된 단가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과 교감하며 가격을 재정의하는 힘. 그 원천이 바로 의도적 비효율성이다.
효율은 정답이지만, 때로는 정해진 답이 없는 길에서만 창의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한 사람은 당장의 속도는 포기하지만, 깊이 있는 감성, 독창적인 창작, 브랜드 충성도라는 ‘속도 이상의 가치’를 획득한다. 단기성과만 바라본다면 비효율은 낭비지만, 장기 브랜딩과 감정 자산을 고려한다면 비효율은 투자의 다른 이름이다. 이 시대는 모두가 효율을 향해 달리는 경주에서, 일부러 비효율의 골목으로 들어간 사람에게 더 긴 호흡의 수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곳엔 경쟁이 적고, 진심이 남는다. 그리고 진심은 시간이 걸리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